기(氣)의 형성과 순환

Qi illustration

동양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기(氣)’는 그 글자 자체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결합되었는지 살펴보면 고대인들이 ‘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기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갑골문에서 발견되는 ‘气(기)’입니다. 이 글자는 숫자 셋(三)과 유사하게 세 개의 수평선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림에서 왼쪽은 갑골문, 오른쪽은 청동기에 쓰여진 금문입니다. 금문은 거의 현재의 한자 기의 모습과 유사하지요.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 즉 바람이 불거나 구름, 아지랑이, 수증기 등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입니다. 이것이 ‘기’의 본래 의미인 ‘하늘의 기운(天氣)’ 또는 ‘숨결’과 같은 비물질적 에너지를 나타냈습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气는 구름의 기운이다(云气也)”라고 정의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气’라는 개념에 ‘米(미)’, 즉 ‘쌀’이라는 글자가 더해져 현재 우리가 아는 ‘氣(기)’라는 글자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기(氣)는 하늘의 기(气)와 땅의 기(米)가 만나서 만들어진 것이죠.

Heavenly Qi (天氣)
공기/호흡 · Lungs (肺)
폐의 호흡을 통해 천기를 공급
Earthly (Grain) Qi (地氣/穀氣)
음식/영양 · Spleen (脾)
비의 운화를 통해 곡기를 공급
Gathering Qi — 宗氣
흉중에서 天氣 + 穀氣 결합
후천지기(後天之氣)
Original (Prenatal) Qi — 元氣
타고난 생명력
선천지기(先天之氣)
True Qi — 眞氣
元氣 + 宗氣
전신의 생리·정신 활동 유지
Defensive Qi — 衛氣
체표 방어
Nutritive Qi — 營氣
경맥 자양

천기는 주로 폐의 호흡에 의해 공급되고, 지기(곡기)는 비의 운화기능에 의해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이 천기와 곡기(지기)가 가슴에서 만나 인체를 영양하는 기운이 됩니다. 이른 만난다고 하여 종기라고합니다. 종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으로 부터 얻어 생명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후천지기라고도 합니다. 사람에게는 후천지기외에 선천지기도 있습니다. 이를 흔히 원기라고 합니다. 이 원기와 종기를 모두 합하면, 우리 몸을 지탱하는 모든 기운을 뜻하며 이를 진기라고 합니다. 이 진기는 우리 몸을 순행하며 모든 신체활동, 정신활동을 유지합니다. 이 진기는 몸에서 다니는 경로에 따라 체표를 다니며 몸을 보호하는 위기, 경맥을 따라 흐르며 신체를 자양하는 영기로 나뉘기도 합니다.

주: 원래 쌀(米)이 들어간 ‘氣’는 완전히 다른 글자였습니다. 氣, 이 글자의 원래 음은 ‘희(xì)’였으며, 《설문해자》에 따르면 “손님에게 음식을 선물로 보낸다(饋客芻米也)”라는 뜻이었습니다. 즉, 쌀(米)을 포함한 곡식을 다른 이에게 ‘보내는 행위’나 ‘선물하는 음식’을 의미했습니다. 이 두 글자는 소리도 뜻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气(기)는 ‘기운’, 氣(희)는 ‘음식을 보냄’이었습니다. 쌀이 기운(마음)을 타고 전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지요. 사람들이 ‘음식을 보낸다’는 뜻의 ‘氣(희)’라는 글자에 ‘기운’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덧씌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음식을 보낸다’는 본래의 뜻은 餼(보낼 희 - 食 부수 추가)라는 별도의 글자가 맡게 되고, ‘氣’는 오로지 ‘기운’이라는 뜻으로만 쓰이게 되었습니다. 혹은 쌀(곡식)을 솥에 넣고 밥을 지을 때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형상화한 것이 ‘氣'라고도 합니다. 물질(米)이 불과 물을 만나 수증기(气)라는 비물질적 에너지로 변환되고, 섭취되어 생명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기’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용어 해설